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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휴대폰과 같은 디바이스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 (윈도우 8에서 윈도우 10으로 버전 업그레이드), 시스템 아키텍처를 향상 시키는 방법 (32bit에서 64bit로 변경), 그리고 칩 자체의 성능을 향상 시키는 방식이 있습니다. REM (Reduced Energy Microsystems)는 이 중 마지막 방법인 칩 자체의 성능을 향상 시켜 새로운 형태의 칩을 개발하려는 스타트업입니다.



최근 사물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모든 물건에 컴퓨터 칩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컴퓨터 칩의 성능에 대한 요구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시장에서는 더 낮은 전력으로 동작하고, 더 복잡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장의 요구에 맞춰 칩 설계에 대한 기술도 발전했지만, 대부분의 기술 발전은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칩, CPU와 관련해 Intel, ARM, x64, x86, core, Ryzen 등의 단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모두 동기식 (Synchronous) 설계라는 점입니다. 즉 칩 외부에 클럭이 있어 이 클럭에 동기화되어 CPU가 작동하게 됩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클럭의 속도가 컴퓨터를 살 때, GHz 단위로 적혀있는 숫자들입니다.



이렇게 클럭에 동기화된 CPU들은 전체 연산 속도가 클럭의 속도로 제한됩니다. CPU 내의 특정 작업이 클럭 주기보다 짧은 시간에 수행이 되어도, 다음 클럭 신호가 들어올 때까지 대기하여야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클럭 속도가 GHz 단위여서 멈춰있는 시간은 몇 ns 정도 이지만, 이 연산이 몇 백만번 씩 반복되면, CPU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REM에서는 이런 동기식 설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비동기식(Asynchronous) 설계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비동기 프로세싱은 클럭에 동기화하지 않고, 연산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칩 개발자들은 이런 비동기식 개발에 대해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동기식 설계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칩 개발이 동기식 방식에 집중되어 있어서 비동기식 설계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REM CEO William Koven은 그동안 비동기식 설계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이 방식을 기획 초기부터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동기식으로 칩을 설계하여도 기존과 비슷한 반도체 공정을 이용할 수 있고, 개발자가 이를 사용할 때도 ARM 코어와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Intel에서는 비동기식 설계 자체가 전통적 설계 방식과 너무 달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기존과 다르고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버려진 기술이 여럿있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이런 비동기식 설계를 시도했던 스타트업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에서부터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서 실패로 끝났었습니다. REM에서는 자체적인 설계 툴을 이용해 빠른 시간 안에 개발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CEO Koven은 이렇게 소프트웨어적인 핵심기술에 집중함으로써 더욱 빠른 시간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Koven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존의 ARM 코어와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하여,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운 것을 배울 필요없이 동작 속도만 더 빨라질 것이라 하였습니다. 게다가 기존 CPU보다 저전력에서 동작이 가능해져서 전력 소모가 적어야하는 보안 카메라 등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동기식 설계 덕분에 연산 속도도 빨라졌기 때문에 더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면서도 3~4배 더 적은 전력으로 동작할 수 있습니다. REM 소프트웨어 총괄 Vega Gonzalez는 ARM 코어를 여러 개 이용해야 수행할 수 있는 얼굴 인식 알고리즘같은 연산을 REM의 칩에서는 하나의 코어로 더 낮은 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REM에서는 우선적으로 보안 카메라나 드론과 같이 낮은 전력을 사용하며 복잡한 연산을 해야하는 시스템에 우선적으로 REM 칩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칩의 개발은 상당부분 완료되었으며, 현재 제품과 결합해 테스트 중에 있다고 합니다. REM에서는 올해 말까지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테스트 중인 REM 칩


REM은 미국의 대표적인 엑셀러레이터 Y Combinator의 첫 번째 칩 스타트업입니다. Vega Gonzales는 Y Combinator가 기존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을 도와주었던 방식이 REM을 발전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Y Combinator에서는 지속적으로 비지니스와 고객 관리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한편, REM을 Draper Associates와 연결해 20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이런 REM의 도전은 기술 관점이나, 재정적 관점, 시장 관점 모든 면에서 쉬운 도전이 아닙니다. 새로운 신생 스타트업이 여러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반도체 칩 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기술을 가지고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REM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기존에 예측 가능했던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 기사

TechCrunch, "Reduced Energy Microsystems pits startup chip chops against industry gi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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