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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튜링 상을 주관하고 있는 ACM 재단은 2016년 수상자로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를 선정했습니다.

(튜링 상은 컴퓨터 과학 분야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매년 시상하는 상으로 "컴퓨터 과학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립니다.)


팀 버너스 리는 누구인가?

팀 버너스 리는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WWW)의 창시자이자 현대 웹 표준의 시초를 고안한 연구자입니다.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


버너스 리는 1989년 입자 물리학 연구소에서 일할 당시, 연구자들 사이에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착안해 웹을 고안했습니다. 당시에 인터넷 네트워크 프로토콜인 TCP/IP는 나온지 10년이 넘었고 일부 과학자 커뮤니티가 인터넷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들이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버너스 리는 하이퍼링크를 포함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인터넷 정보 교환 시스템을 제안했습니다.


그가 고안한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오늘날 웹 표준의 근간이 되는 여러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 URI(Uniform Resource Identifier), 인터넷에 등록된 어떤 대상도 이름을 매겨 찾아낼 수 있는 방식
  •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 어떤 대상을 인터넷에서 교환, 전송, 회수할 수 있는 방식을 정의하는 프로토콜
  •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 웹 브라우저가 문서 등의 여러 정보를 멀티미디어 웹 페이지로 변환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

버너스 리는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인 http://info.cern.ch를 1991년 8월 6일 공개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시스템이 전세계의 표준으로 빠르게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월드와이드웹의 라이센스를 무상으로 배포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1990년대 초반에 웹 API인 libwww를 공개하며 이를 연구하거나 수정, 배포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작권을 보장해주었습니다. 또한 그는 지속적으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웹 서버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개발자들과 협력하며 프로젝트를 지도했습니다. 이는 나중에 Mosaic 등의 초기 브라우저로 진화하여 웹이 학계나 정부에서만 사용하는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사용하는 일상 기술이 되게 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현재 옥스포드 대학교와 MIT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팀 버너스 리는 지금까지도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남아 웹의 발전을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가 창시한 비영리 재단인 WWWF(World Wide Web Foundation)은 인터넷 보급, 개인정보 및 표현의 자유 권리 보호, 정보의 민주화 등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월드와이드웹 재단의 활동 모습(사진=WWWF 홈페이지)

팀 버너스 리와의 인터뷰

*팀 버너스 리는 수상을 기념하여 MIT Technology Review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아래는 인터뷰를 번역한 내용입니다.


Q. 1989년으로 돌아가서, 향후에 월드와이드웹으로 발전한 이 작업을 시작할 당시에 해결하기 위해 정의한 문제가 무엇이었나요?


A. 제가 CERN에서 일할 당시에 사람들은 각자 다른 종류의 온갖 컴퓨터를 가져왔고 저는 이것에 큰 혼란을 느꼈습니다. 각자가 문서와 매뉴얼, 설명서 등을 관리하고 기록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었지만, 제각기 다른 방식이었죠. 저는 이 시스템들이 하나의 큰 메타 시스템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면 매우 재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우리가 CERN에서 한 일은 전화번호부를 웹 서버에 올린 것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메인프레임 컴퓨터에서만 전화번호부에 접속할 수 있었고, 여기에 로그인하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지 전화번호를 찾아보기 위해서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접속하곤 했죠. 전화번호부 때문에 몇몇 사람이 웹 브라우저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CERN 외부의 입자물리학계에 퍼지기 시작해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팀 버너스 리의 주요 업적

-1989 현재 웹 표준의 시초가 된 ‘하이퍼텍스트 분산 시스템’의 제안서를 작성함
-1991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를 온라인에 등록
-1994 웹 표준을 재정하기 위해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을 조직
-2001 컴퓨터가 해석 가능한 ‘의미론적인 웹’(Semantic Web)의 개발을 제안함
-2009 웹 문화를 인도하기 위한 비영리 재단 WWWF(월드와이드웹 재단)를 창시


Q. 웹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나 직장 생활에서 필수부가결한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떤 일들이 남아있나요?


A. 우리는 이제 웹을 인권과 관련해서 이야기해봐야 합니다. 인터넷은 물 만큼 기초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 간의 경제적, 사회적 계층의 차이는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 있는 어떤 이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문맹이기 때문에 접속을 해도 사용할 수가 없다면, 이것은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죠.


우리가 2009년에 월드와이드웹 재단을 창시했을 때 우리는 만약 세계의 20%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면, 그들은 나머지 80%가 최대한 빨리 인터넷에 접속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UN은 작년 11월 세계 인구의 47%가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Q. 미래를 내다보았을 때 당신은 웹이 다시 분산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몸담고 있기도 하죠. 이런 움직임을 지지하는 생각은 무엇입니까?


A. 1990년대 후반(당시에는 닷컴 붐이 일고 있었다)에는 웹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인지에 대해 엄청난 관심과 기대가 쏠려 있었고, 당시에 ‘분산화’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누구한테 요청할 필요도 없이 만약 내가 컴퓨터를 가지고만 있다면, 소프트웨어를 구상해 인터넷에 올리기만 하면 나는 블로그를 가질 수도 있었고 목소리를 낼 수도 있었죠. 사람들은 이 목소리들이 쌓여 정말 흥미로운 것들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우리는 위키피디아나 크라우드펀딩과 같은 위대한 것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모든 시간을 소셜 네트워크라는 고립된 세계에 쏟아붇고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개인의 힘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개인이 소셜 네트워크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고 모든 개인 정보를 내어다 주고 친구들이 누군지도 알려주지만, 이런 정보를 오로지 특정 소셜 네트워크 세계 속에서만 갇혀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몇 차례 워크샵을 가졌고 MIT의 Solid project 같은 것들을 만들고 있는 많을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데이터에 대해서 통제권을 가지는 세상에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어플리케이션들이 당신이 통제하고 있는 데이터만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웹이 작동되는 아주 흥미로운 새 방식이 될 겁니다.


웹 미래 전망의 키워드-'분산화'

팀 버너스 리가 지적한 최근 웹 시대의 흐름이었던 ‘집중화’는 데이터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시장조사 업체 Comscore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이제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 정도가 한달에 앱을 한 개도 다운로드 받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한 달에 다운로드 받는 앱 수(사진=Comscore)


새로운 앱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연히 줄었다는 건데요, 반면에 페이스북, 유투브, 구글, 인스타그램 등의 ‘슈퍼 플레이어’들의 사용률은 계속해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즉, 몇몇 개의 특정 서비스에 트래픽이 점점 더 많이 쏠리고 있다는 뜻이죠.


상위 25개 모바일 앱의 순 방문자 연 증가율(사진=Comscore)


이런 상황만 두고 보았을 때 ‘분산화’에 대한 전망이 그리 좋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너무 좋은 무료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사용자는 쉽게 떠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산화’가 차세대 웹의 흐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보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앱의 생태계는 이렇게 계속 몇몇 개의 특정 서비스에 트래픽이 집중되면서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모바일 웹의 생태계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점 입니다. 아직까지 모바일 웹 사용 시간은 모바일 앱 사용 시간에는 많이 밀리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두 수치 모두 데스크탑 사용 시간을 계속 뺏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모바일 웹의 순 방문자 수는 앱의 순 방문자 수에 비해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며 3배가 넘는 훨씬 웃도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웹이 앱보다 새로운 유저 유입이 훨씬 더 많다는 뜻 입니다.


모바일 웹과 앱의 분기 별 순 방문자수 비교(사진=Comscore)


사용자를 한 서비스에 계속 묶어둘 수 있는 앱의 성장 때문에 최근 몇 년간은 계속해서 트래픽의 집중화가 일어났지만 이제 앱 시장은 점점 정체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웹은 이렇게 모바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다시 재편되어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웹이 ‘Mobile First’를 키워드로 과거처럼 데스크톱 중심이 아닌 모바일 중심으로 UI가 개선된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았고, ‘Web Service Only’, 하이브리드 앱 등 웹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트랜드가 최근 개발 커뮤니티에서 급격히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맞물린 두 생태계를 보았을 때, 향후에는 웹 서비스를 중심으로 과거 인터넷 초창기 시절처럼, 여러 ‘권능 부여 시스템’이 다시 우후죽순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차세대 웹 디자인 트랜드인 'Mobile First'


또한 컨텐츠 플랫폼은 특정 몇 개의 서비스로 통일되었지만, 컨텐츠 제공자 및 미디어는 점점 더 분산화되고 있다는 것도 좋은 징조입니다. 버너스 리의 지적처럼 많은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크 채널에 매몰되어 컨텐츠 소비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기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채널을 통해 컨텐츠 생산에 대한 권능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컨텐츠 제공자는 계속해서 파편화가 될 것이며, 그럴수록 사용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채널을 찾기 위해 더욱 애쓸 것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은 수동성을 편리함으로 포장해 우리에게 주입하긴 하지만, 우리에 내제된 본연의 능동성은 계속해서 우리가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컨텐츠 소비의 수동성과 컨텐츠 생산의 능동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마지막으로, 개인정보 보호 및 통제권 부여 운동을 지지하는 것은 버너스 리의 커뮤니티 뿐만이 아닙니다. 계속해서 개인정보 보호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 많은 사례들이 스캔들로 터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야후의 해킹 사건과, 미 의회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 폐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보장하는 체계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인터넷 세계에서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과 체계가 없지만, 곧 이런 것들이 마련될 겁니다. 게다가 더 나아가서 이런 것들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아예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지난 에티 글 “데이터 희생양에서 데이터 브로커로”를 참고하세요.) 이렇게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보장하는 체계가 더 자리잡게 되면, 분명 중앙집중화된 여러 서비스들은 할 수 있는 일에 여러 제한이 생길 것입니다.


팀 버너스 리가 처음 웹이라는 체계를 고안했을 때 그가 중점에 두었던 것은 바로 ‘정보의 교환’이었습니다. 그만큼 웹은 태생적으로 매우 유연하고 유기적인 조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웹이라는 거대한 세계에는, 특정 몇 서비스들이 천하를 독식하는 그런 세상이 펼쳐질 수 없는 강한 기작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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