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를 가판대에서 기르는 슈퍼마켓과 수직농업의 미래

딸기의 제철은 언제일까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겨울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딸기의 실제 제철은 5월 중순 정도부터 시작되는 초여름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현대인들은 제철 과일에 대해 잘 모르곤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알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 배경 중 하나에는 비닐하우스가 있을 것입니다. 비닐하우스로 과일의 제철을 잊게 만들었듯이 인류는 기존의 농업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고, 오늘날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지속적인 투자를 받고 있는 농업 방식은 바로 수직농업 분야입니다.

수직 농업이란 농지 부족과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된 농업 형태로, 층층이 농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땅의 활용도가 매우 높은 농업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 소재 AeroFarm의 수직농업 현장 모습 (사진출처 : Dailymail)

수직 농업의 주요 특징

1. 식물별 최적 조건에서의 생산

식물들이 자랄 때는 빛의 스펙트럼, 온도, pH, 그리고 영양분의 종류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변인 요소를 식물 별로 통제하고, 24시간 365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식물의 맛이나, 영향 상태나, 심지어 색감으로 보나 기존 농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식물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즉 식물 별로 최적화된 조건에서의 생산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최적화 기술은 머신러닝의 대중화로 점점 더 발전하고 있습니다.

2. 일정 품질의 가격

이외에도 바로 환경의 변화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품질이나 가격의 변화가 매우 작아지게 되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마, 가뭄 및 각종 병충해들로 인해 농장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의 품질이나 가격은 매번 달라지곤 합니다. 여기에 운송비용도 기름값 등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마트에서 만나는 식재료의 가격은 매일 매일 다르게 되지요.

3. 보다 신선한 상태로의 전달

농사 할 땅이 넓은 곳은 보통 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푸드 마일(food mile) 이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채소의 신선함, 유통 비용의 발생이라는 단점을 가져오게 됩니다. 반대로 도시는 푸드 마일은 짧지만 농사를 지을 싸고 넓은 땅이 없습니다. 이때 바로 수직 농장은 실내에서 공간 효율성을 높인 장점을 바탕으로 도심에서 생산을 하기 때문에 고객은 신선한 채소를 신속히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슈퍼 마켓에 갔더니 신선한 채소가 자라고 있다면?

최근 이러한 수직농업 관련한 스타트업들 중 독일의 Infarm의 대표는 얼마 전 “모든 식료품 점에 농장을 놔두고 싶습니다”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슈퍼마켓 안의 수직농업 사진 (사진출처 : TechCrunch)

사실 전 세계에 수직농업과 관련된 회사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Infarm의 경우 다른 스타트업과 차별화 되는 전략으로 modular approach와 go-to-market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시켜드리고자 합니다.

1. Modular approach

수직 농업이 소규모에서 언제든지 대규모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모듈형이기 때문에 각각의 모듈에 다른 식물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각 Farming unit은 자신만의 생태계를 소유하고 있어, 식물이 자라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 Infarm co-founder Osnat Michaeli 

이는 도시 농장에서 더 다양한 식물을 더 많이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개의 모듈을 슈퍼마켓의 가판대에 올려 놓을 수도 있고, 반대로 1000개의 모듈을 슈퍼마켓이 보유한 창고에 놔둘 수도 있습니다. 이때 슈퍼마켓에 방문한 소비자가 kiosk나 tablet등으로 주문 시 슈퍼마켓의 직원이 창고에서 곧바로 수확하여 소비자에게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2. Go-to-Market 전략

Infarm은 수직농업을 슈퍼마켓에 설치한 전 세계 최초의 회사입니다. Metro Group이라는 유럽의 가장 큰 도매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러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반응은 좋았고 현재 다른 슈퍼마켓들도 앞다투어 이러한 수직농장을 자신들의 슈퍼마켓에 설치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직농업은 B2C보다 B2B에서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식당 등 재료를 항시 공급 받아야 하는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비록 농장에서 생산된 것보다 비싸긴 하지만, 가격의 변화가 거의 없고, 일정한 품질이 보장될 수 있다는 조건은 매우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마나 가뭄으로 폭등하는 야채 값 뉴스를 자주 접했을 것입니다. 소비자야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일정한 메뉴를 판매해야 하는 음식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원료의 공급 안정성은 양,품질,가격의 안전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수직농업이 제공해주는 건강한 재료, 일정한 생산력, 높은 품질과 맛은 음식 사업자들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올 수 있게 됩니다. 

"밖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지만, 이곳의 식물들은 1년 내내 일정한 환경에서 자랍니다."

 — Infarm co-founder Erez Galonska

Tesla처럼 구매 이후에도 지속적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환경

Tesla의 Autopilot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사진출처: TechCrunch, Insideevs)

요즘 수직농업의 기술은 물을 주는 것, 빛 등 각종 환경 조절 장치 등이 모두 자동화되어 있으며 수확시기까지 알림을 주기 때문에 사용자는 그저 쉽게 수확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클라우드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 IoT 기술을 접목시켰기 때문에 (Farming-as-a-Service) 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 등은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수직농업 회사의 기술자들은 원격으로 식물들의 생산 결과를 분석하여 더욱 더 최적화 하는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마치 Tesla 자동차가 구매 했을 때의 모습과 다르게 사용할수록 업그레이드 되어 매일 개선되는 것처럼, 수직농업 솔루션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직농업 솔루션은 IT개발의 library처럼 open source형태나 때론 유료 형태로 거래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집단 지성의 장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수직농업이 극복해야 할 문제

물론 수직농장에 대해 처음엔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형광등, 난방 등으로 에너지 소모가 큰데다, 수경재배로 물도 낭비된다는 것입니다. 어느 곳에서든, 최소한의 투여로 양질의 음식을 생산한다는 목표로 출발한 수직농장으로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수직농장 업체들은, 수년간 거듭된 실험으로 채소 종류마다 최적의 빛의 움직임, 강도, 온도, 습도 등을 찾아 전체 난방이 없이도 생산을 하여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캐나다 한 수직농장은 완전 LED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사용을 60% 이상 줄였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14명이 이러한 에너지 비용 최적화 연구에만 몰두 했다고 합니다. 또한 어떤 수직농장은 물 사용도 전통농업의 10%까지 낮췄습니다. 쓴 물을 정화해 다시 쓰는 폐쇄형 순환 시스템 덕분입니다. 층마다 물이 가도록 떨어뜨리거나, 거품으로 산소를 풍부하게 하는 등 기술도 진화중입니다. 물고기를 함께 기르는 곳까지 있습니다.

"거름인 물고기 배설물을 두 종류의 필터로 정화시켜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다시 되돌리는 끊임없는 재순환 시스템입니다."

 —클라인 (팜드히어 관리국장)

수직농장의 기술은 공기 중의 수증기를 흡수해 물을 공급하고,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으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술력으로 공기 중에서 물을, 태양에서 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외부 자원을 전혀 쓰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룸(어번반즈 대표)

수직농장은 이처럼 계속하여 진화하고 있습니다. 척박한 지구를 넘어 우주에서까지 가능한 농업, 작은 공동체들의 자급 시스템, 바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도전이 아닐까요?

참고기사

TechCrunch, "Infarm wants to put a farm in every grocery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