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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9일, 서울에서 로봇 운영 체제(ROS)의 연례 개발자 회의인 ROSCon 2016이 열렸습니다.



ROS는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로봇 응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현재 학계와 산업계에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입니다. ROS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ROS는 개발자가 어플리케이션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계층의 추상화, 디바이스 제어, 프로세스 간 통신 관리 등 전통적으로는 로봇을 개발할 때 많은 노동력이 들었던 부분들을 미리 구현해 놓았습니다. 또한, ROS는 로봇 개발을 편리하게 해주는 많은 어플리케이션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상환경에서 로봇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Gazebo, 로봇의 상태, 위치, 센서 데이터 등을 눈으로 직접 쉽게 확인할 수 있는 RVIZ 등이 있습니다. 지난 해 카이스트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가 최종 우승을 거두었던 DARPA Robotics Challenge에서는 이런 툴들을 대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ROS의 시뮬레이션 툴 Gazebo 환경에서 이루어진 DARPA 로보틱스 챌린지 예선


마지막으로 ROS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모든 소프트웨어와 패키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커뮤니티도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 많은 개발자들이 ROS를 통해 서로의 프로젝트를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ROS 공식 사이트 ros.org의 사용자 증가


ROS 관리 재단인 OSRF에서 주관하는 연례 개발자 회의인 ROSCon은 이전까지 미국과 독일에서만 개최되다가 이례적으로 올해 처음으로 아시아,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ROSCon이 끝난 직후 지난 주에는 로보틱스 학계의 가장 저명한 국제 학회 중 하나인 IROS(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telligent Robots and Systems)가 대전에서 개최되었습니다. 


ROSCon 2016과 IROS, 이 두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로보틱스 분야의 많은 저명한 학자들과 개발자들, 그리고 로보틱스 산업 분야의 많은 회사들이 지난 2주간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특히 산업계와 더 밀접한 연관이 있는 ROSCon에는 인텔, BOSCH, NVIDIA 등의 내로라하는 기업들 뿐만 로보틱스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도 대거 참가했습니다. ROSCon 2016 현장에 직접 참가한 에티가 그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기업들을 소개해드립니다.



Fetch Robotics


올해와 작년 ROSCon의 메인 스폰서였던 Fetch Robotics는 이제 겨우 창업한 지 2년밖에 안 된 스타트업입니다. 하지만 이미 물류 창고를 위한 운반 자동화 로봇 Freight를 출시하였고, 현재까지 23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CEO Melonee Wise는 ROS를 비롯한 로보틱스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를 오랜 세월 개발해온 만큼, 오픈 소스를 중심으로 한 로보틱스 커뮤니티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이제 상업화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ROS 커뮤니티와의 협업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 열린 테크크런치 Disrupt SF에서 그는 강단에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Wise에 따르면 물류 로봇이 현재 각광받고 있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많은 회사들이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서비스 로봇의 경우에는 로봇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혀야 하기 때문에 환경의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반면에 물류 창고는 규칙에 의해 어느 정도 일정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환경인 만큼 로봇을 적용시키기 더 쉬운 분야입니다. 또한, 물류 업계는 의료업계나 자동차업계와는 달리 법적인 제약들이 많지 않아 더 빠르고 수월하게 산업에 바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물류 창고는 자동화 공장처럼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지는 않은 환경이기 때문에, Fetch Robotics처럼 뛰어난 인간 로봇 간 상호작용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에게는 이점을 크게 취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Fetch Robotics에서는 이번 ROSCon에서 로봇이 스스로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할 때 생기는 오차를 계산하여 이를 보정해주는 ROS를 위한 Robot Calibration 패키지를 공개했습니다. 한편, Wise는 토론 세션에서 로보틱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개발자 및 학생들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는 ROS 덕분에 여러 개발자들이 빠르고 쉽게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 시제품을 구현해내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상업화 단계에서는 결국 오픈 소스인 ROS를 쓰지 못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한 로보틱스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이런 오픈 소스를 쓰지 않고도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Clearpath Robotics


Clearpath Robotics 역시 Fetch Robotics처럼 물류 산업을 위한 자동화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Clearpath의 주력제품은 운반 자동화 로봇 Otto로 이미 GE와 같은 거대 고객들을 유치해 실제 물류 창고에서 오랜 기간의 테스트를 거쳐 유용성을 입증했습니다. Fetch는 운반 로봇 뿐만 아니라 물체를 집어 움직일 수 있는 로봇팔, 사람이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인터페이스 등의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Clearpath는 Otto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로봇과 운반 자동화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ROSCon에 참여하기 직전 Clearpath는 3000만 달러의 시리즈 B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Clearpath Robotics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이 소식을 다룬 에티 글을 참고하세요.


Clearpath 의 주력 제품 OTTO


ROBOTIS


한국의 로보틱스 중소기업 ROBOTIS는 ROSCon 2016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기업 중 하나였습니다. 로봇 개발을 하는 여러 회사나 연구실에서는, 기준이 되는 하드웨어 플랫폼(Reference Robot)을 많이들 사용하는데, 그 중 ROS의 공식적인 모바일 하드웨어 플랫폼은 터틀봇(Turtlebot) 시리즈 입니다. 이번 ROSCon에서 ROBOTIS는 새로운 터틀봇 시리즈인 터틀봇3를 공개했습니다. 형태나 이동 메커니즘에 큰 변화를 주기가 힘들었던 이전 시리즈 터틀봇1, 터틀봇2과는 달리 터틀봇3는 모듈형으로 만들어져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로봇의 형태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터틀봇 3 기본 형태와 모듈 변형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터틀봇 3의 형태


Erle Robotics


Erle은 다양한 로봇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스페인의 로보틱스 스타트업입니다. Erle은 하드웨어로는 드론, 오프로드 로버, 6족 보행 로봇 등의 다양한 모바일 로봇 DIY 키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로는 ROS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들을 주로 하는데, 이번 ROSCon에서는 두 가지 결과물을 발표했습니다. 첫번째로 발표한 것은 Robot-blockly로 ROS의 어플리케이션 코딩을 퍼즐을 맞추듯이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개발 환경 패키지입니다. Robot-blockly는 소스 코드를 구성하는 조건문, 논리, 함수 등 다양한 요소들을 퍼즐 형태로 제공해 서로 조합하기만 하면 구체적인 코드를 직접 작성할 필요 없이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게 해줍니다. Robot-blockly는 학생들이 코딩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구글이 개발한 Blockly API를 기반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한편 Erle에서는 ROS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로봇 하드웨어 플랫폼 H-ROS(Hardware-ROS)을 발표했습니다. 비록 기존의 ROS가 로봇 분야의 많은 구성 요소들을 단일 플랫폼과 표준으로 통일했지만 주로 로봇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Erle의 비전은 영화 채피에서처럼 로봇이 한 쪽 팔을 잃어버렸을 때, 새로운 팔을 끼우면 로봇의 몸이 팔과 바로 연동해 원래 팔처럼 사용할 수 있게 로봇의 하드웨어까지 표준화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H-ROS에서는 이렇게 플러그앤플레이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 로봇 하드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존 로봇의 구성 요소들을 센서, 엑츄에이터, 통신, 인지, 하이브리드의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각 영역에 해당하는 레퍼런스 파트들을 출시하였습니다.


H-ROS의 레퍼런스 키트


Deepfield Robotics


마지막으로 소개할 Deepfield Robotics는 BOSCH 산하에 있는 농업용 로봇 스타트업으로, 밭에 심어진 농작물 하나하나를 스캔하여 관리할 수 있는 농업 로봇과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제공합니다. Deepfield의 농업 로봇은 밭을 지나다니며 흙에서 자라나고 있는 식물 하나하나를 3D로 스캔합니다. 이렇게 스캔한 식물은 이미지 패턴 인식을 통해 잡초인지 농작물인지 분류되고, 농작물이라면 상태가 건강한지, 이전에 데이터와 비교하여 얼마나 자랐는지, 등이 파악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수집되는 데이터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Deepfield는 이 데이터들을 저장하고 쉽게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제공합니다. 이번 ROSCon에서 Deepfield는 Deepfield의 솔루션이 지금까지 있던 어떤 농업 관리 솔루션보다 더 정밀하고 세세하게 농작물들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ROS가 활성화되고 발전함에 따라 로봇공학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것이 매우 수월해졌습니다. 이 덕분에 로봇이 하드웨어 분야라고 여겨지던 풍토도 많이 바뀌어 이제 로봇에서도 소프트웨어가 핵심적인 분야로 떠오르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비전 있는 로봇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ROS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서, 로봇 개발자들이 이제 어플리케이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ROS의 비전이 점차 실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이번에 국제적으로 저명한 연간 로봇 행사를 두 개나 주최하면서 로봇산업계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Fetch Robotics나 Erle Robotics와 같은 젊은 스타트업을 아직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로보틱스 분야는 ROS에 힘입어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고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한국에서도 로보틱스에 도전하는 젊은 스타트업이 이제 더 많아지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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