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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심장, 해초, 금…,


해리포터의 마법의 약 레시피에나 등장할 것 같은 이 재료들로 최근 하버드대학교 Disease Biophysics Group 연구소에서는 인공 가오리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박성진 박사가 이끈 이 프로젝트는, 최근 78일자 사이언스지에 Phototactic Guidance of a tissue-engineered soft-robotic ray라는 제목의 표지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박성진 박사의 연구 팀은 쥐의 심장에서는 근육 세포들을 가져오고, 해초에서는 광반응성 단백질 유전자를 추출해 빛에 반응해 근육을 통해 움직이는 가오리 로봇을 탄생시켰습니다. 로봇은 Leucoraja erinacea라는 학명의 가오리를 본 따 10분의 1 스케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쓰인 쥐의 심장에서 추출한 근육 세포는 대략 20만개 정도라고 합니다.

 

이 가오리 로봇은 4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가오리 형태를 구성하는 신축성의 폴리머 층이 금으로 만든 얇은 뼈대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 금을 얇게 감싼 두번째 폴리머 층이 마지막 4번째 층인 쥐의 심장 근육 세포들이 자랄 공간을 확보해 줍니다.



<로봇을 구성하는 4개의 층, 논문 발췌>


 

이 근육 세포들을 수축시키는 활성화 신호는 지느러미를 따라 지그재그로 배열된 세포들에 순차적으로 전달됩니다. 이에 따라 로봇의 지느러미는 실제 가오리의 지느러미처럼 물결을 치며 헤엄칠 수 있게 됩니다. 실제 가오리는 위로도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근육 층이 있는 반면 이 로봇은 오직 아랫방향으로만 수축할 수 있어서 똑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박성진 박사는 이것 때문에 아직 로봇의 성능에 한계가 있는 것 같으며, 향후 두번째 근육 층도 추가해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로봇의 쥐 심장 근육 세포 배열>


 

이 근육 조직은 광학유전학(Optogenetics)이라고 불리는 분야의 기술을 통해 제어됩니다. 해초로부터 추출된 광반응성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쥐 심장의 근육 세포에 첨가됩니다. 그러면 자색 빛에 반응해 근육 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이용해 로봇을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Disease Biophysics Group연구소에서는 4년 전 쥐의 심장 근육 세포를 이용한 비슷한 방식으로 해파리 로봇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박성진 박사에 따르면 이 해파리 로봇은 제어를 하는게 굉장히 어려웠다고 합니다. 가오리가 학계에서 차세대 수중 운송 수단의 청사진으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박성진 박사는 움직임을 모사하고 제어하기에 더 용이한 가오리로 모사 대상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이런 괴상한 로봇을 왜 만들었냐는 질문에 대한 박성진 박사의 대답은 단순합니다. 그는 이런 생물학적 모델들에 관심이 많고, 그것들을 제어하는 회로와 신호 체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연구였지만, 연구의 의의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렇게 심장 근육 조직을 제어하는 기술은 앞으로 인공 심장 및 인공 기관을 개발하는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입니다. 한편, 생물학적인 반응과 메커니즘에 의해 제어되는 이 로봇을 생명체로 여기긴 힘들어도, 완전한 무생물이라고 보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Biohybrid Robotics라고 불리는 로봇의 일부분으로 생체조직을 활용하는 이 분야는 앞으로 전례 없는 인간의 피조물을 창조해내는 선구 분야가 될 것입니다



참고기사

Robotic Stingrays Made With Rat Heart, Algae, and Plastic F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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