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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 몇 번에 걸친 주요 대이동을 살펴보면 됩니다. Google, Yahoo, Oracle PayPal과 같은 회사는 초창기의 몇 년간 최고 수준의 인재를 유치했습니다. 그리고 성숙 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들의 재능이 분산되어 차세대 기업들로 전달되곤 했습니다. 과일은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거대 기업으로부터 인재들이 나와 실리콘 밸리 내의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게 됩니다. 이런 스타트업 계의 전통은 오늘날 실리콘 밸리를 기업가 정신과 기술의 최대 발상지로 유지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내년 3월로 계획되어 있는 Snapchat(모기업 Snap) 250억 달러 이상 가치의 IPO 또한, 이러한 스타트업 선순환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Snapchat의 경우 로스앤젤레스(이하 LA)를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Snapchat 마피아의 성장은 기존 실리콘밸리의 중심이였던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LA를 중심으로 발생할 것 같습니다. 스냅챗 단독으로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힘들겠지만, 최근 여러가지 추세를 보면 향후 LA가 성장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에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실리콘 밸리의 마피아들과 떠오르는 마피아, 스냅챗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 밸리의 기원을 1957년 반역자’ 8이 페어차일드 사의 Shockley 반도체 연구소를 떠난 순간으로 꼽습니다. 이 ‘반역자’들은 곧 Intel, AMD 등 수십 개의 다른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페어차일드를 떠나 여러 원조 실리콘밸리 기업을 탄생시킨 Traitorous eight

 

하지만 ‘마피아라는 용어가 실리콘 밸리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페이팔 마피아 때부터 였습니다. 페이팔이 낳은 일론 머스크, 피터 티엘, 맥스 래브친(Slide, Affirm 창업자, Yelp 초기 투자자), 제레미 스토펠만(Yelp 창업자/CEO), 스티브 천과 채드 헐리(유투브 창업자), 리드 호프만(링크드인 창업자) 등의 수많은 인재는 Tesla, SpaceX, SolarCity, Yelp, LinkedIn, YouTube, Palantir, Yammer, Clarium Capital, The Founders Fund, 500 Startups과 같은 새로운 기업들을 성공시켰습니다. PayPal의 유전자가 실리콘 밸리에 창출한 가치는 너무나도 뛰어나고 광범위해서 그러한 사람들이 한데 뭉칠 수 있었다는 게 이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Fortune 지에서 마피아 복장으로 패러디한 페이팔 마피아들

 

페이팔 마피아만큼 뚜렷하고 인상적이진 않아도 페이스북의 동문들 역시 Path, Quora, Asana와 여러 VC를 창조했습니다. 야후의 동문들은 WhatsApp, Chegg, Slack, SurveyMonkey, Cloudera 등을 만들었습니다. Instagram, Foursquare, Pinterest, Twitter의 창립자들은 모두 특정 시점에 구글에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이제 LA는 이러한 반열에 새롭게 오른 슈퍼스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로 최소 1 5천만명의 일일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스냅챗입니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1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던 페이스북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최고조에 도달해 성숙해버린 페이스북과 빠른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는 스냅챗, 재능 있고 야망이 큰 인재라면 당연히 스냅챗을 더 매력적으로 생각할 것 입니다. 페이스북의 제품 총괄 Sriram Krishnan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이미 새로운 배로 갈아타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스냅챗 vs 페이스북 [사진출처]

 

LA로 인재 대이동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동력 

LA로 인재들을 몰려드는 이유는 스냅챗의 이런 무서운 모멘텀 때문만은 아닙니다. "컨텐츠가 왕이다"는 컨텐츠 업계의 오래 된 격언 중 하나지만 지난 20년 동안 컨텐츠 제작자들은 전혀 왕의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컨텐츠 판매 및 배포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신기술로 무장한 실리콘 밸리의 새로운 플레이어들에 의해 급작스런 혼란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전통 컨텐츠 플랫폼을 무너뜨린 디지털 컨텐츠 플랫폼들 [사진출처]

 

처음에는 인터넷의 급속한 부상 자체가 대부분의 신문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 의존하는 광고 사업을 무너뜨렸습니다2000년대 초반에는 애플의 아이튠즈와 아이팟이 나타나 음악 산업을 무너뜨렸습니다.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가 온라인 게시자의 전통적인 광고 모델을 뒤집어 놓고 클릭과 공유에 의존하는 컨텐츠로 운영되는 새로운 게시자 유형을 창출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넷플릭스와 같은 수요맞춤형 비디오 플랫폼들은 전통 영화 스튜디오와 TV 방송사들을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난 20년 동안 컨텐츠 제공 플랫폼은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컴퓨터, 태블릿, 모바일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술 기반 플랫폼으로 크게 이동했습니다. 이것은 21세기 소비자 기술의 가장 큰 패러다임 중 하나였고 전통적인 미디어는 이에 전혀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디지털 컨텐츠 플랫폼의 춘추전국시대 도래 

하지만 이런 추세는 이제 곧 바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컨텐츠 플랫폼의 파급력이 기술력에 있었다면, 이제 그 권력이 다시 내용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등 패러다임을 바꿨던 파괴적인 플랫폼들의 체계가 이제 대부분 확립되었습니다. 컨텐츠 소비 방식을 영구적으로 바꿔 놓았던 이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미디어와 경쟁하지 않고 서로 경쟁합니다. 이제 플랫폼 부상의 시대가 끝나고 플랫폼 전쟁이 시작된 겁니다. 이 전쟁은 전통 플레이어와 새로운 플레이어 사이의 전쟁보다는 새로운 플레이어들끼리 선두권을 놓고 다투는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플랫폼 전쟁의 핵심은 컨텐츠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미 컨텐츠는 플랫폼 간의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여러 플랫폼이 창의적이고 좋은 컨텐츠들에 높은 값을 부르고 있습니다. 2016년 넷플릭스는 컨텐츠 제작에 60억 달러를 지출했고, 아마존은 30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애플은 타임 워너 인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위터는 NFL과 같은 라이브 스포츠 방송에 희망을 걸었고 Apple, Spotify, Amazon, Tidal과 같은 음악 플랫폼들은 독점 앨범 출시를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이 LA에게는 호재인 것이, LA는 컨텐츠 생산의 세계 중심입니다. 월트 디즈니 사, 20th Century Fox, 워너 브라더스와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소규모 컨텐츠 제작 스튜디오가 LA에 몰려 있습니다. 스냅챗이 흡수하고 있는 고급 기술인력이 이런 LA의 컨텐츠 생산 저력이 합쳐진다면 새로운 스타트업 르네상스가 LA에서 펼쳐질 수 있을 것입니다.


컨텐츠 산업의 중심지 로스 앤젤레스

 

실리콘 밸리에 팽배한 기술 단일 추구 문화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도시에 팽배한 기술 단일 추구 문화에 대한 불만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개척 정신과 이민자 문화와의 융합, 자유로움의 추구를 바탕으로 한 샌프란시스코의 문화는 모든 배경의 사람들과 모든 종류의 관심사를 수용해 창의와 혁신을 신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샌프란시스코는 기술 창업에 전적으로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단조롭고 지루한 도시가 되어버렸습니다. 특히 실리콘 밸리의 중심인 Bay Area는 이제 특정 유형의 사람들만을 위한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기술 기업으로 가득 찬 실리콘 밸리(미드 실리콘 밸리)

 

한편 LA는 아직까지도 역동적이고 다양한 여러 문화와 배경의 혼합체로 남아 있으며, 세대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꾸준히 광범위한 분야에 적응해 왔습니다. 물론 LA의 기술 분야 역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LA에서 자본을 유치하고 훌륭한 인재를 고용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수월해졌습니다. 그러나 LA 스타트업 계의 가장 큰 특징은 아마 도시 전체의 혼합적 성격을 기술창업 문화 홀로는 절대 전복시킬 수 없다는 것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LA의 매력적인 전망으로 꼽고 있습니다.


LA 해변에 위치한 스냅챗의 본사

 

LA의 문화와 다양성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성패가 엇갈린 Google GlassSnap Spectacles가 보여주듯이, LA라는 배경은 제품의 속성으로 내제되어 제품을 성공시키는 데에도 일조합니다


Spectacles에는 궁극적으로 Google Glass가 추구하지 못했던 세련된 분위기와 멋진 요소가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제품이 개발될 때 제품 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개발 환경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LA 출신의 스냅챗은 기술 기업들로만 둘러싸인 구글보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더 멋있다고 생각하는지 분명히 더 좋은 감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실리콘 밸리는 현재 문화적으로 명확한 것들조차 볼 줄 아는 시안을 잃고 기술적으로 달성 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스냅챗에서 일한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스냅챗은 남부 캘리포니아의 차세대 PayPal이 될 수 있습니다. Snapchat의 추진력과 앞으로 배출할 억만장자와 백만장자들이 LA로 풀려 나가기 시작하면 LA는 새로운 테크 슈퍼스타들을 또 배출하게 될 것입니다. LA 문화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컨텐츠 영역은 LA 기술산업계의 다음 챕터에서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실리콘 밸리의 끊임없는 계급 투쟁과 기술 단일 추구 문화에 지쳐 있는 기업가들에게 LA는 분명히 매력적인 옵션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높은 삶의 질의 보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시 물가가 그런 기업가들을 LA에 계속 머무르게 할 것입니다. Snapchat은 이러한 대이동을 촉진시키며 도시의 기술 문화에 활력을 불어 넣는 중추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참고 글

Techcrunch, "Snapchat will make Los Angeles a stronger tech 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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