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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지갑 대신 휴대폰을 꺼내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 다녀온 필자는 사람들이 슈퍼마켓, 식당, 택시, 고속도로 톨게이트까지 모바일 결제를 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이미 중국인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의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성장하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빠르고, 편리하여 '귀찮음'을 해결해주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처럼 카드나 현금 대신 QR코드를 내밀고, 점원이 이를 스캔하면 끝입니다. 반대로, 가게의 QR코드를 고객이 스캔하여 지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QR코드 스캐너를 구비하지 않은 노점상이나 택시에서 주로 활용되는 방법입니다.


노점상에서 결제기기 없이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출처 : 东方今报


노점상에서 4위안(약 700원)짜리 지엔빙(煎饼)하나를 휴대폰으로 결제해 사기도 하고, 백화점 주차장 바닥에 그려진 QR코드를 스캔하여 주차요금을 지불[각주:1]하기도 합니다. 거스름돈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체도 간편합니다. 이체받을 사람이 'pay' 버튼을 눌러 QR코드를 생성하고 이체하는 사람이 지불금액을 입력한 후 'scan' 버튼을 눌러 상대방의 코드를 스캔하면 이체가 완료됩니다. 저장용량이 3KB도 되지 않는 QR코드를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느껴왔던 불편함들이 해소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모바일 결제 '춘추전국시대'로 수요 증가에 따라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POS 기기 인프라를 활용한 '삼성페이', 보안카드의 필요성을 없앤 'TOSS', 여러 은행에 분산되어 있는 내 계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Broccoli' 등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 결제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라서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모바일 결제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2016년 1분기에 이미 6조 2000억 위안(1116조 원)을 돌파했고 모바일 결제시장의 68%(2016년 1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알리페이의 고객 수는 4억 5천만명을 돌파한 지 오래입니다. 거래 횟수는 페이팔의 10배, 업계 1위인 Visa의 60%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자본투자를 늘려나가고 있고 올해 한국에까지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아래는 제3자 결제(알리페이, 페이팔, 위챗페이 등)시장 거래규모를 나타내는 도표로, 2015년부터 꾸준히 엄청난 규모로 성장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5Q1-2016年第一季度第三方移动支付交易规模

2015년 1분기-2016년 1분기까지의 제3자 결제시장 거래규모


[범례] 파랑 : 거래액규모(억 위안), 빨강 : 전년동기대비 증가율(%), 초록 : 전 분기 대비 증가율(%)

출처 : "分析:2016年中国第三方移动支付市场现状", 『支付圈』, 2016.07.14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시장이 폭풍성장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의 신용카드 발급률이 8% 미만으로 매우 낮고 직불카드(체크카드)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수많은 위조지폐[각주:2]로 인해 현금 받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점포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등장하였고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데다가 앱 기반이라 OS나 기기에 관계없이 앱을 이용하여 결제가 가능하여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중국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 서비스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QR코드(부가적으로 초음파통신)를 기반으로 결제하게 됩니다. 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휴대폰을 점원에게 건네주지 않아도 되므로 다른 사람이 내 휴대폰을 만져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이 없고, 인식률이 높고 처리속도가 빨라 결제시간이 매우 짧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국의 메신저앱 'wechat'의 红包(복주머니) 선물 기능으로, 실제 현금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한국에서 '기프티콘'을 주고받는 문화와 비슷합니다.


이미 중국의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여 사회 전체에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는 중국인 특유의 소비심리를 잘 분석하고 특정 기기에 국한되지 않은 범용성을 추구한 결과일 것입니다. 한국은 특정 독점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세계의 판도가 변하고 있고 알리페이가 한국 진출을 선언한 만큼 거대 해외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한 방'이 없다면 한국 시장은 잠식당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우리는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지 않고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물리적 카드가 전자지갑 형태의 휴대폰 속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지갑 없이 휴대폰만으로 살 수 있는 시대는 가까운 미래에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보편화되지 않은 상태이고,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각축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비단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 및 은행의 부단한 도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판도가 바뀌는 중요한 순간이 바로 우리 눈 앞에 놓여 있습니다.


관련기사

The Wall Street Journal, "Alipay Mobilizes for World-Wide Expa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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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노점서 전병 사고 "싸오이샤"…모바일 페이 선진국된 중국, 『중앙일보』, 2016.07.25 [본문으로]
  2. 중국은 위폐공화국? 中 ATM의 오명 위폐자판기, 『서울신문』, 2016.05.3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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