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세기 후반, 수많은 우주공학도를 꿈에 부풀게 했던 달 탐사 프로젝트들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들뜬 꿈은 오랜 세월 마음 속에 남아 새로운 달 탐사의 르네상스 시대를 도래할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달 탐사 르네상스 시대, 일명 “Moon 2.0”의 주인공들이 탄생할 것입니다.



얼마 전, 약 30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있는 Google Lunar X Prize 경진대회의 마지막 5개 결승팀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5개의 팀은 모두, 올해 안에 달을 향해 그들의 달 탐사 로봇을 쏘아 올리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Google Lunar X Prize

구글이 후원하고 X Prize 재단이 주최하는 Google Lunar X Prize는 민간 투자를 통해 달 표면에 탐사 로봇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우주 개발에 대한 꿈을 키워온 공학자이자 기업가 Peter Diamandis는 2007년, 점차 사라져가는 우주 개발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Lunar X Prize 소개


Peter Diamandis는 인류의 미래를 매우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그가 꿈꾸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여러 우주 관련 프로젝트와 기업을 일으키는 기업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Peter Diamandis가 다음과 같이 프로젝트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달 표면에서 직접 달을 탐사한지 벌써 수십년이 지났다. 다음에 어떤 정부가 이 일에 다시 착수하기까지는 앞으로 6~8년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설령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진다고 해도, 아마 큰 비용이 드는 반면 대중의 관심은 조금밖에 없게 될 것이다.”


즉, Peter Diamandis는 우주 개발에 있어서도 이제 민간 투자가 기술 발전을 주도해야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 하에서는 우주 프로젝트가 계속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더 나아가 제대로 된 사업 영역으로 성장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Peter Diamandis는 이런 그의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해,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해, 구글로부터 3000만 달러의 상금을 지원받게 됩니다.


Peter Diamandis의 테드 강연, Abundance is our future


처음 기획한 Lunar X Prize 경진대회의 일정은 마감 기간이 2012년이었지만, 아무 팀도 그 마감 기간을 맞추지 못하게 되자 대회 일정은 계속 연장되고 맙니다. 결국, 올해인 2017년까지 달 탐사 로봇을 달에 보내는 것에 성공하는 팀이 생길 경우 상을 수여하는 것으로 결정되게 됩니다.


2007년 이래로 10년간 전 세계에서 총 34개의 팀이 이 대회에 참가해 달 탐사라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왔습니다. (이 중 미국 팀은 거의 절반에 달하는 16개가 참가했고, 아쉽게도 한국 팀은 없었습니다.)


X Prize에서는 구글이 지원한 3000만 달러의 일부인 500만 달러를 쪼개서, 중간에 좋은 성과를 내는 팀들에게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작년, 5개의 팀이 로켓에 자신들의 로봇을 태워 달에 실제로 보내는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하면서, 이 대회의 최종 결승 팀 5개가 확정되었습니다.



5개의 팀과 본선 대회

SpaceIL, Moon Express, Synergy Moon, Team Indus, Hakuto, 이 5개의 팀은 제각각 다른 달 착륙 궤도와 다른 방식의 로봇을 통해 대회의 달 탐사 미션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2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있는 1등 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 후, 500m 이상의 거리를 이동해야만 하며, 이때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을 지구로 송신하는 데 성공해야 합니다.


각 팀의 배경과 작동 방식을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SpaceIL


대회에 참가한 유일한 이스라엘 팀인 SpaceIL은, 34개의 팀 중에서 처음으로 로켓 발사 계약을 성사시켜 결승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SpaceIL가 선택한 달 탐사선의 방식은 연료 추진을 이용한 수직이착륙의 방식으로, 달에 착륙 후, 다시 상공에 이륙하여 500미터를 이동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SpaceIL의 착륙 시뮬레이션


SpaceIL은 2017년 후반기에 SpaceX의 팔콘 9 로켓을 타고 달을 향해 날아갈 예정입니다. SpaceX의 발사 일정이 팔콘 9 폭발 사고로 인해 늦춰지기도 했지만 2017년 안에 발사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Moon Express


Moon Express는 닷컴 버블 시대를 풍미했던 기업가 Naveen Jain이 설립한 우주항공 스타트업 팀입니다. 16개의 미국 팀들 중에 유일하게 본선 무대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Moon Express의 탐사 로봇은 SpaceIL과 비슷한 수직 이착륙 방식을 선택했고, 과산화수소 연료와 태양전지로 충전된 전기를 통해 500미터를 날아갈 예정입니다. Moon Express의 방식은 중간 성과 평가 때 착륙 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Moon Express의 프로토타입 이착륙 실험


Moon Express는 Rocket Lab이라는 우주로켓 스타트업의 로켓 Electron에 로봇을 태워 보낼 예정입니다.


Synergy Moon


Synergy Moon 은 민간 우주항공 기업인 Interorbital Systems를 비롯한 4개의 기업과 재단이 함께 만든 다국적 팀으로, 총 15개 국의 연구그룹이 Synergy Moon의 로봇을 공동 개발하였습니다. Interorbital에서 개발 중인 로켓 Neptune 8을 타고 달에 갈 예정입니다.



이동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지만 로버 방식을 선택하여 개발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Team Indus


인도에서 유일하게 대회에 참가한 팀 Indus도 결승행 티켓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직 착륙 장치를통해 달에 안전하게 착륙 후, 로버 방식의 소형 로봇을 통해 이동을 할 예정입니다. Indus의 착륙 장치도 Moon Express와 함께 중간 평가 때 착륙 우수 상을 수상했습니다.



Team Indus의 로봇은 최근 최첨단 발사 기술을 잇달아 선보인 인도우주개발기구의 로켓을 통해 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Hakuto


일본에서도 유일한 대회 참가 팀 Hakuto가 결승에 진출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Hakuto는 도호쿠 대학의 Kazuya Yoshida 교수가 이끌고 있는 연구 팀으로, 일본의 수많은 위성 탐사 미션에 참가해왔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험지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로버 방식을 선택해, 중간 성과 평가 때 이동 부문에서 우수 상을 수상했습니다.


Hakuto와 인도 팀 Indus는 같은 로켓을 타고 달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이 5개의 팀 모두 올해 안에 로켓을 발사하기로는 예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발사가 성사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Moon Express와 Synergy Moon 팀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발사에 성공한 적이 없는 로켓과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발사 자체가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Lunar X Prize의 영향력은?

해외에서는 점점 더 많은 민간 기업과 창업가들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작년 7월 우주에서 수익 모델을 찾고 있는 스타트업 World View, Spaceflight Industries, Planetary Resources, Vulgan Aerospace에 관해 쓴 글을 참고하세요.


제 1의 우주 탐사 르네상스 시대 이후, 우주 산업에 이렇다할 큰 발전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최근 이렇게 우주 산업을 시도하고 있는 기업가들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 산업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여러 시도들에는 크게 두 가지 의의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매우 낮은 성공 확률에도 불구하고 우주 산업이 실제로 매우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현재 제일 잘 나가는 우주항공 기업 중 하나인 SpaceX는 연간 약 40억 달러 규모의 로켓 발사 계약을 따내고 있습니다. SpaceX가 창출하고 있는 수입은 인공위성이라는 현존하는 산업에서 대부분 발생하지만, 다른 여러 우주 스타트업도 그들의 기술이 실현 가능해지는 순간 수익 창출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자원 채굴, 로켓 발사, 인공위성 등 이미 수요가 충분한 사업을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하는 사업이 자원 사업의 확장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는 Planetary Resources


설령 우주 산업에서 개발된 기술이 사업 기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우주라는 공간이 매우 많은 물리적 제약이 존재하는 곳이다 보니, 우주 산업에서 기술 개발에 투자되는 자본은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공학기술 수준을 더 끌어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과거에 NASA의 화성 탐사 로봇을 위해 비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회사 Neurala는 최근 자율주행 산업으로 진출했습니다. Neurala의 소프트웨어가 화성에서 낮은 CPU 파워, 저전력, 그리고 저해상도 카메라라는 악조건에서도 사용될 수 있게 개발된 것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율주행에 있어서 높은 기술 수준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Neurala의 자율주행 사물인식 엔진


Lunar X Prize와 같이 우주 산업 기술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앞으로 전반적인 기술 수준을 더욱 빠르게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Diamandis가 말했듯이 이런 투자가 민간 기업들의 주도 하에 이루어져야만  그런 혁신의 발생 기회를 더욱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Lunar X Prize처럼 민간 자본의 투자를 전세계에서 곳곳에서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Lunar X Prize를 결코 우주공학도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참고 기사

TechCrunch, "Google Lunar XPrize down to 5 finalists aiming to fly to the moon in 2017"



에티 페이스북 팔로우 하기



인기 포스팅 보기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