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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시작해 한때 웨어러블 업계를 선도했던 기업 Jawbone이, 자금 조달 문제와 불만족스러운 소비자 평가를 극복하지 못하고 더 이상 웨어러블 산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TechCrunch는 2월 4일 Jawbone이 저 마진 사업인 일반 소비자용 피트니스 밴드 사업에서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및 제품 사업으로 초점을 옮겨 고 마진 사업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업의 변화를 위해 새로운 투자 라운드를 계획 중에 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Jawbone은 Sequoia, JP 모건, Mayfield 등으로부터 총 9억 51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하지만 근 몇 년간 전망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웨어러블 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사업을 펼치지 못한 결과 대부분의 투자금을 메꾸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Jawbone의 태초

Jawbone은 두 명의 스탠포드 동창생 Hosain Rahman 과 Alexander Asseily가 1998년 함께 창업했습니다. 처음 Aliph라는 회사 이름으로 활동을 하다가 두 명은 운 좋게 소음 환경에서의 통신 장비를 설계하는 과제에 대해 DARPA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통화용 소음차단 헤드셋을 개발하는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창업자이자 현 CEO인 Hosain Rahman


이런 회사의 혁신적인 기술이 천재 디자이너인 Yves Behar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Yves Behar의 손길을 걸쳐 수많은 아름다운 제품이 탄생하기 시작합니다. Jawbone은 2007년 CES에서 처음으로 헤드셋 제품을 선보이며 데뷔를 했고, 이후 2010년에 블루투스 스피커 Jambox, 2011년에는 피트니스 밴드 UP 시리즈로 사업 영역을 넓혔습니다.


10년이 넘게 Jawbone은 여러 혁신적인 모바일 제품을 내놓으며, 동시에 쉬운 사용성과 섬세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명성을 계속 올렸습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제품은 아마 블루투스 헤드셋 ICON일 것입니다.


ICON 시리즈의 프로모션 이미지


급격히 추락한 Jawbone의 가치

Jawbone은 이렇게 잘 나가며 한때는 제 2의 애플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을 기점으로 Jawbone은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고전적인, ‘너무 일찍 시작한 선두주자’의 패러독스가 Jawbone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시장의 점유율 1,2위를 다투던 Jawbone은 Fitbit, Apple 등의 강력한 후발주자들에 밀려 2015년 시장 점유율 5위권 밖으로 밀려나버렸습니다. 이때, Jawbone은 이미 3%도 안되는 시장 점유율로 고전하고 있었고, 웨어러블 시장의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는 징조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웨어러블 시장의 분기별 점유율 분포([사진출처])


당연히 Jawbone의 가치평가가 많이 하락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사업과 더불어 자금 운영에 더욱 큰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Jawbone의 현금이 메말라 새로운 자금줄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기사가 맴돌았고, 몇몇 사람들은 이번 Jawbone의 피벗이 Jawbone의 심각한 자금과 경영 문제를 메꾸기 위해 계획되고 있는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 경쟁자인 Fitbit과의 계속된 법정 공방도 Jawbone의 자금난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Jawbone은 Fitbit이 전 Jawbone 직원들을 채용하면서 영업 비밀을 빼냈다고 고소하며 이 법정 공방을 시작했는데요, Fitbit은 Jawbone에 대한 맞소송을 최근 취하하며, Jawbone의 지분이 더 이상 그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물론 Jawbone은 맞소송 자체가 근거가 애초에 없었다며, Jawbone측은 계속 법적 공격을 취할 것이라고 밝혀 Fitbit의 주장을 일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Fitbit(좌)와 Jawbone(우)는 제품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최근에는 Fitbit이 Jawbone을 인수합병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보도될 정도로, Jawbone은 Fitbit과의 경쟁에서 자존심을 많이 구겼는데요, 두 회사의 적대관계와 Jawbone 운영진의 회사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 때문에 실제로 둘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오간 적은 없다고 합니다. 


Jawbone, 홀로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Jawbone만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eMarketer의 보고서는 웨어러블 시장의 예측 성장률을 40% 가량 대폭 감소시켰습니다. 대부분의 주류 제품들이 얼리어답터를 뛰어넘어 일반 소비자에게 팔리는 데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Fitbit 또한, 영업이익이 예상 실적에 미치지 못하는 등의 곤경을 겪으며, Pebble의 인수 등으로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런 웨어러블 시장의 위기를 다른 산업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타개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중 의료 산업과의 연계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Fitbit이나 Jawbone이 헬스케어를 지향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피트니스 범위 안에서만 그쳤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Omada, Forward, Siren Care등의 스타트업들은 웨어러블과 연계하여 의료업계에서 필요로 할 만한 훌륭한 솔루션들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의 방향으로 Jawbone이 나아가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Jawbone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하드웨어 시장은 정말 대기업이 아닌 이상 너무 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생활 가전과 건강 산업 간의 활발한 교류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생활 가전 회사도 30% 이상의 마진을 내기 힘든 반면, Omada와 같은 의료 서비스는 서비스에 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100%에 가까운 마진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요즘 대부분의 웨어러블 회사가, 낮은 마진의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계속 버텨야 할지, 훨씬 더 높은 마진을 내지만 고정 비용이 더 많이 드는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으로 진출할 지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향후 Jawbone의 행보는?

Jawbone은 아직까지 기존의 사업을 계속 표면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Jawbone의 소셜 미디어 계정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암벽 등반, 요가 등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는 Jawbone 구매자들의 제품 결함에 대한 불만과 분노 표출도 있습니다.


Jawbone의 2017년 1월 5일 페이스북 포스팅 이미지


Jawbone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계속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해 6월 Hoasin Rahman이 “우리는 여전히 열정적이다”라고 발언한 이후로 회사에는 별다른 큰 발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Jawbone은 계속해서 몸을 경량화하고 있습니다. 2015년 말에는 15%의 직원을 해고했고, 한때 인기 많았던 Jambox 스피커 사업부는 지난해 9월 완전히 매각했다고 합니다.


엄청난 위기에 직면한 Jawbone, 이렇게 거대한 몸집을 줄여나가며 피벗을 모색하고 있지만 한때 대기업에 가까웠던 이들이 스타트업의 일에 가까운 새로운 도전을 쉽게 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격언이 있는 것처럼, 어쩌면 Jawbone의 새로운 시도는 결코 늦지 않을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최근 웨어러블 산업에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는 것을 보면, Jawbone이 진짜로 “가장 빠른” 기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기사

TechCrunch, "Jawbone looks to drop consumer wearables for clinical serv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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