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을 이용한 초고속 3D 프린터, DAQRI

3D 프린팅 기술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서,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3D 프린터 제작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3D 프린터 기술에도 아직 다양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인쇄 속도가 느리다는 점입니다. 물론 3D 프린터 덕분에 시제품을 만드는 비용이 매우 저렴해졌지만, 여전히 큰 물체를 뽑으려면 몇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DAQRI는 이런 3D 프린팅의 속도 문제를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DAQRI에서 공개한 3D 프린팅 테스트 영상에서는 레이저가 빛을 발한 지 5초 만에 종이 클립을 인쇄합니다. 일반 3D 프린터로 이런 작업을 수행하려면 적어도 몇 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볼 때, 기존 3D 프린팅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인쇄가 가능합니다.

DAQRI의 기본 기술을 빛에 반응하는 물질에 레이저를 쬐어 레이저가 초점을 맺는 곳을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다른 레이저 기반 3D 프린터처럼 레이저를 앞뒤로 이동시키면서 인쇄하는 방식이 아니라, 홀로그램을 이용해 3D 형태를 한번에 만들게 됩니다. 이 때문에 레이저를 한번만 쬐여도 전체 결과물을 인쇄할 수 있습니다.

홀로그램 기반 3D 프린팅 테스트 영상

DAQRI는 원래 샌프란시스코와 영국 밀턴케인즈에서 증강현실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DAQRI의 이전 제품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Hololense와 비슷한 스마트 글라스나, 증강현실을 이용해 제작된 차량용 HUD(head up display)가 있습니다. 이 중 HUD의 경우 Jaguar Land Rover 15만 대에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DAQRI는 이렇게 증강현실을 구현할 때 사용한 자사의 홀로그램 칩을 3D 프린터에 적용하였습니다. 이 홀로그램 칩은 실리콘 웨이퍼 상에 크리스탈을 올려놓은 형태로, 이 크리스탈을 조종하여 레이저에서 나오는 빛의 세기, 시간 지연, 위상 등을 조절해 3차원 홀로그램을 만들어 냅니다.

DAQRI 증강현실 글라스

이렇게 생성된 홀로그램을 빛에 반응하는 액체에 쬐이면, 홀로그램이 생성되는 부분만 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됩니다. DAQRI의 수석 연구원 Seamus Blackley는 이런 방식으로 3D 프린팅을 진행하면 한 번에 전체 결과물을 인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3D 프린팅보다 더 빠르게 인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인쇄하려는 물체가 커져도 이를 한 번에 인쇄할 수 있어 똑같이 몇 초만에 인쇄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기존 3D 프린팅과는 달리 한 번에 물체를 인쇄하기 때문에 3차원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넣어주던 서포터도 필요가 없어집니다.

물론 이 방식에는 아직 한계가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발열 문제입니다. 또 다른 3D 프린터 회사 Formlab에서 제품개발을 총괄하는 David Lakatos는 이렇게 전체 물체를 한 번에 인쇄하면 발열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빛에 반응하는 액체에 레이저를 쬐어 플라스틱이 생성하는 과정은 발열과정입니다. 그리고 3D 프린팅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더 많은 열이 한번에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큰 물체를 인쇄하다 보면 높은 온도의 열이 발생해 결과물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DAQRI의 하드웨어는 종이 클립과 같이 얇은 형태의 제품만 인쇄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고해상도의 3차원 홀로그램을 만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연산을 처리할 하드웨어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1000 x 1000 픽셀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면 100만개의 점을 찍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같은 화질로 3차원 형태로 만들려면 10억개(1000 x 1000 x 1000)의 점을 찍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평면에서와 같이 똑같이 점을 찍으면 되지만, 이를 렌더링할 하드웨어가 없었습니다.

DAQRI의 홀로그램 칩은 현재 2개의 평면을 동시에 렌더링 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를 자사의 HUD에 적용하여 하나의 물체는 자동차 창에 보이게 하고, 다른 물체는 몇 미터 앞에 보이게 하여, 동시에 두 평면을 렌더링하는 것을 시연하였습니다. 게다가 이 두 평면을 똑같은 720p HD 화질로 실시간 렌더링이 가능하게 구현하였습니다. DAQRI에서는 홀로그램 칩의 크기를 키움으로써 더 많은 수의 평면을 동시에 렌더링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더 두꺼운 물체도 인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DAQRI HUD

DAQRI가 자체적인 홀로그램 칩을 이용해 고화질로 여러 평면을 동시에 렌더링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주목받을만한 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를 3D 프린터에 적용해 한 번에 전체 결과물을 인쇄하는 것 또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입니다. DAQRI가 홀로그램 기술을 발전시켜 정말로 두꺼운 물체도 몇 초 안에 인쇄할 수 있게 된다면 3D 프린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기사

MIT TechnologyReview, "This Super-Fast 3-D Printer Is Powered by Holograms"

에티 페이스북 팔로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