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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에 간간히 등장하는 서비스 로봇, 이 분야의 미래에 대해 여러분도 아마 한번쯤 이런 질문을 마음 속으로 던져봤을 겁니다.


과연 서비스 로봇이 PC나 모바일에 이어 “The Next Big Thing”이 될 수 있을까?


이번에 에티는 이 궁금증에 대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힌트를 찾기 위해 서비스 로봇 Musio를 만든 스타트업 AKA Intelligence의 Musio 개발 팀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AKA Intelligence의 서비스 로봇 Musio


미국에 HQ, 일본에 Business 센터, 한국에 R&D 센터를 둔 AKA는 2주 전, 서비스 로봇 Musio를 일본에서 정식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Musio는 2015년 5월 인디고고의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서비스 로봇이라는 개념을 처음 널리 알린 Jibo에 이어서 또 한번의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Techcrunch의 Musio 데모 영상


인디고고에서 사전구매한 고객들에게는 작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Musio의 배송을 마쳤고, 이번에는 드디어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했습니다. 일본을 주 타겟 시장으로 잡고 일본에서부터 판매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AKA의 Musio처럼 정식 판매 단계에 도입한 서비스 로봇 제품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비슷한 제품군인 아마존 에코로 대표되는 음성인식 가상비서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Musio처럼 어떤 캐릭터를 가진 로봇, 즉 서비스 ‘로봇’이라고 불릴 만한 제품은 아직 많이 출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서비스 로봇의 선구자인 Jibo만 해도 아직까지도 정식 제품 출시는커녕 인디고고 캠페인의 배송도 계속 지연이 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올해 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던 CES 2017에서 LG, 세그웨이 등 여러 회사가 서비스 로봇의 출시를 예고하긴 했지만 이중 아직 정식 출시된 제품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40여명의 소수 인원으로 이루어진 스타트업 AKA는 굉장히 빠르게 서비스 로봇 시장에 진출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 로봇 시장의 현 주소는?

최근 들어 인공지능의 붐과 더불어 로봇 시장의 전망도 부쩍 밝아졌습니다. 이미 일반 소비자 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여러 로봇 회사들이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보틱스 기술의 적용이 인공지능의 적용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동력원이기 때문입니다.


로봇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로는 물류 분야가 있습니다. 아마존의 자동화된 물류 창고는 이제는 꽤나 친숙한 광경이 되었습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Fetch Robotics, Clearpath Robotics 등 다양한 회사들이 이 분야에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류뿐만 아니라 배송 이나 공장 협업 분야에서도 Starship Robotics나 Rethink Robotics같은 여러 기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배송의 자동화, 또는 공장 제조 프로세스의 일부분 자동화와 같은 확실히 존재하는 고객의 니즈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Fetch의 물류 자동화 로봇, Starship의 배송 로봇, Rethink의 공장 협업 로봇


하지만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로봇 시장은 아직까지 미미한 단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서비스 로봇을 ‘확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Musio 개발팀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Musio의 디자이너 이영호 씨는 “로봇을 밀면 고객이 몇 명이나 될까요? 처음 출시된 강아지 로봇 아이보는 전세계적으로 100만 대 정도 밖에 안 팔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0만 대가 적은 수량은 아니지만, 제조업에서 많은 수량 또한 아닙니다. Next big thing 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적은 수지요. 즉, 아직은 1가구 1로봇의 시대가 아닙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로봇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재미로 여길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이런 상황 속에서 결정하게 된 Musio의 마케팅 방향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니즈가 없는 ‘로봇’이라는 시장에 들어가는 것보다, 아예 니즈가 확실히 있는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서비스 로봇을 서비스 로봇이라고 마케팅 하면 안된다는 게 저희가 가지고 있던 직관이었죠. Musio는 여러 회의를 거친 끝에 ‘영어 교육’이라는 니즈에 집중하기로 했는데, 영어 교육 시장은 소비자들의 니즈가 확실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로봇이라고 하면 갖고는 싶어도 고가의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기 힘들지만, 영어교육이라고 생각하면 100만원 이상도 지불할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일단, 어떻게든 로봇을 갖게 되고 삶속에서 익숙해지면서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들로부터 로봇과 함께 사는 삶에 가치를 갖게 되리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Musio의 시스템 엔지니어 곽철현 씨도 거들었습니다.


“Musio 기획을 시작한 초기 6개월 정도는 우리 스스로 마케팅 포인트를 못 찾고 있었습니다. 영어 교육, 코딩 교육, IoT, 인공지능, 이 모든 게 다 시장이 있어 보였지만 우리가 그 중 어떤 것에 집중해야 될 지를 결정해야 했죠. 그 중 영어 교육 시장이 제일 확실해 보였기 때문에 AKA의 CEO인 레이몬드 정이 영어 교육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장에 집중하기로 결론이 났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서비스 로봇을 만들어보자!’라는 당찬 포부로 시작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팔릴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영어 교육에 집중한 Musio라는 제품이 나오게 된 겁니다.”


영어교육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Musio


서비스 로봇 시장의 전망은?

차세대 플랫폼에 대해 전망할 때 사람들은 주로 PC와 스마트폰, 이 두 플랫폼의 성공 배경에 빗대어 이야기하곤 합니다. 서비스 로봇을 주창하고 있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여러 서비스 로봇 회사들이 자체적인 앱 스토어를 만들어 스마트폰의 확장 전략을 모사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영호 씨는 모바일의 성장과 서비스 로봇의 성장은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스마트폰과 서비스 로봇은 매우 다릅니다. 스마트폰은 ‘꼭 필요한 물건’으로 발전했지만, 서비스 로봇은 현재 그런 상태가 아니죠. 사람에게 어떤 가치를 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아직 고민해야 할 게 많습니다.”


실제로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스마트폰 시대를 어떻게 열었는지를 보면 두 시장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Joel West 교수의 아이폰 성공 배경에 관한 논문에서는 아이폰을 성공시킨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꼽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인터넷 접속에 대한 니즈는 스마트폰 이전의 모바일 시대부터 꾸준히 존재했고, 다른 여러 통신사와 제조사는 이 니즈를 각각의 서비스 하에 두고 통제하려다 계속 실패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이런 통제 욕심을 버리고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기존의 웹 세계로 소비자를 개방해주었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죠.


다시 말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터넷 접속에 대한 욕구’라는 확실한 니즈를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기존의 모바일 시장이라는 당장 제품을 내다팔 수 있는 곳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이 좋은 조건 속에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접속이라는 확실한 니즈를 갖고 출발했던 아이폰


반면에 현재의 서비스 로봇은 현존하는 다른 제품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어떤 특정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제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로봇을 스마트폰과 비슷하게 낙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 로봇이 PC, 모바일을 잇는 차세대 기술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낙관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스타워즈의 R2-D2나 인터스텔라의 TARS 로봇처럼 인류의 삶을 로봇이 도와주는 뚜렷한 모습이 실존하기 때문일 겁니다. 거기에 더불어 발전을 거듭한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 덕분에 그런 시대가 가능해졌다는 믿음도 한 몫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서비스 로봇의 효용, 그리고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일단 제쳐두고서라도, 서비스 로봇 시장이 mass market으로 성장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요?


서비스 로봇이 우리의 삶은 도와주는 미래의 모습은 너무나 선명하다.


“저희도 그걸 찾기 위해 지금도 정말 많은 토론을 해요. 아이러니한 게 저희가 Musio의 마케팅 포인트를 서비스 로봇이 아닌 영어 교육으로 잡긴 했지만, Musio가 언론이나 인디고고 캠페인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된 건 인공지능과 같은 Musio의 서비스 로봇 측면 덕분이었어요. 사실 해외 언론에서 Musio를 다룬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서비스 로봇으로서의 Musio를 강조하고 있어요. 인디고고에서 Musio를 구매한 사람들은 Musio가 영화 그녀(Her)의 사만다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죠."


서비스 로봇의 선두주자답게 Musio 개발팀은 서비스 로봇 시장에 대한 낙관을 계속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 로봇 시장의 형성까지는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조명했습니다.


“저희는 서비스 로봇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할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서비스 로봇 시장도 분명히 성숙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을 통해 계속 저희 기업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어 교육 시장과 같이 기존의 니즈가 분명한 시장에서 계속 수익을 창출하면서 플랫폼을 준비해 놓으면, 때가 되었을 때 서비스 로봇 시장의 ‘빅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도 있겠죠. 어쩌면 저희가 그 시장을 만들어가는 주역이 될 수도 있고요.”



스티브 잡스는 1970~1980년대에 PC 시장이 mass market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소로 스프레드시트와 사무용 프린터, 인터넷, 이 세 가지를 뽑았습니다. PC 시장은 20년에 걸쳐 이 세가지 요소를 차근차근 갖춰 나가며 ‘복합적 계산기’로부터 ‘생활 필수품’으로 변모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시장을 먼저 공략한 후 조금씩 천천히 서비스 로봇 시장을 열겠다는 Musio 개발팀의 발언은 의미심장합니다. 어쩌면 서비스 로봇에서 우리가 지금 찾아야 할 것은 아이폰을 성공시켰던 브라우저와 같은 ‘Killer App’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서비스 로봇이 성숙해가는 과정은 스마트폰보다는 PC의 과정을 밟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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