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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자율주행 산업의 근황을 전합니다. 자잘한 소식은 많았지만, 헤드라인으로 삼을 만한 큰 소식이 없어 여태껏 미뤄왔네요.



저번 주 여러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의 빅뉴스 하나가 터졌습니다. 바로 바이두의 오픈소스 자율주행 플랫폼 Apollo 발표 소식인데요, 이를 비롯한 최근 자율주행 업계의 소식들을 알아보겠습니다.


1. 바이두 Apollo,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드로이드’가 될 수 있을까

중국의 ‘구글’ 바이두는 인공지능의 권위자 Andrew Ng의 진두지휘 하에 2014년부터 빠르게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특히, 자동차 제조 업체의 선두주자 중 하나인 BMW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작년 12월 베이징 시내에서 BMW 3시리즈를 개조한 자율주행차의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바이두는 자율주행 산업에서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로 손꼽히곤 했습니다.


많은 자율주행 회사들이 기술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거나,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의 기술을 잘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바이두는 이제 자율주행 산업계가 그 단계를 넘어설 만큼 성숙했다고 판단한 걸까요? 이번 주 바이두는 50개가 넘는 자동차 제조사, 자동차 부품 제조사, IT 업체 등과 함께 자율주행 자동차 연합 및 오픈소스 플랫폼인 Apollo를 발표했습니다. 구글이나 우버, 다임러(벤츠의 모회사)와 같은 자율주행 기술 선두주자들은 그동안 세력확장을 위해 많은 파트너십을 맺어오고 있었지만, 바이두가 이렇게 빠르게 큰 세력을 만들어낼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입니다.



바이두의 Apollo에 동참하는 회사들에 ‘큰 손’들은 여럿 보입니다.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는 다임러와 포드가 합류했고, 부품 회사 중에서는 업계 선두주자인 Bosch, Continental, ZF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IT 및 실리콘 밸리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역시나 세력 확장에 힘쓰고 있는 엔비디아와 동남아시아의 우버 Grab 가 함께 했습니다. 이외의 파트너 대부분은 중국의 자동차 제조 및 부품 업체, 스타트업 및 대학교들입니다.


바이두의 Apollo 파트너


바이두의 Apollo는 출시와 함께 거창한 타임라인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번 달 말에 중국의 몇몇 장소의 제한된 환경에서 Apollo 플랫폼을 상용화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사업은 진행합니다. 7월 말 어느 곳에서부터 상용화가 시작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바이두의 회장 Ya-Qin Zhang은 중국의 관료 인사 대부분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보다 훨씬 기술에 열려 있고 유연한 사고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중국의 큰 항구 몇 개가 그들의 트럭에 바이두의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는 중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올해 말부터는 간단한 도시 환경 도로에서 상용화를, 그리고 2020년부터는 대부분의 도심 환경에서 완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pollo는 오픈소스인 만큼 써드파티 개발자들에게 계속 사용 가능한 기술이 업데이트 될 예정(Apollo 깃허브]입니다. 플랫폼은 크게 핵심 소프트웨어 팩, 자율주행 관련 클라우드 서비스, GPS, 라이다, 카메라, 레이다 등을 비롯한 자율주행 하드웨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소프트웨어는 아직 별것 없습니다. 자동차에서 운전자가 운전한 데이터를 모아, 자율주행 모드에서 그 운전을 그대로 똑같이 수행할 수 있는 ‘운전 명령 녹화’ 기능만 제공되는데요,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AutonomousStuff가 벌써 이 기술을 사용해 3일 만에 아주 기초적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 차량 데모를 베이징에서 선보였습니다.


AutonomousStuff 의 Apollo를 이용한 기초적 자율주행 데모 영상


향후 Apollo의 소프트웨어에는 주변 사물을 인지 할 수 있는 인지 기술, 운전 명령 계획(Motion Planning) 기술, 위치 추정 기술 등이 계속 추가될 예정입니다. Apollo의 클라우드 서비스로는 위치 추정에 필요하게 될 맵핑 서비스, 시뮬레이션 환경, 그리고 자율주행에 있어서 더없이 중요한 보안 프레임워크 등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인지 기술부터 시작해 올해 11월부터 계속 업데이트 된다고 합니다.


당장 많은 것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작년에 우버와 테슬라가 가장 공격적으로 활약한 자율주행 선두주자였다면, 올해는 바이두가 그 위치에 있게 될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바이두가 공격적으로 플랫폼을 출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와 커뮤니티의 든든한 지원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지금 국립 인공지능 연구소를 운영할 권한이 바이두에 위임될 정도로 인공지능과 관련된 투자와 인력의 대부분이 바이두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향후 Apollo는 이 인공지능 생태계에 많은 이점을 가져올 텐데요, 특히 Apollo를 통해 수집되는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훈련하기 위한 데이터가 모두 공개된다는 점이 더 빠르고 많은 기술 발전을 가져올 것 같습니다.


7월, 인터넷 트랜드를 전하면서 에티는 중국이 여러 인터넷 분야에서 가장 트랜드를 선도하고 있는 나라라고 했는데요, 이제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우위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사실 바이두는 중국 IT 업계에서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기세에 밀려 살짝 주춤하고 있는 시기였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해 계속 중국의 선도 IT 기업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2. 스탠포드의 세계적인 딥러닝 석학 Andrej Karpathy, 테슬라 차세대 Autopilot 개발 참여

테슬라는 최근 자율주행 분야의 새로운 수장으로 딥러닝 및 컴퓨터 비전 전문가 Andrej Karpathy를 영입했습니다. 스탠포드의 딥 러닝 코스의 첫 강의자이기도 한 Karpathy는 딥러닝을 활용해 사진의 내용(사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등)을 문장으로 설명해주는 인공지능으로 세계적인 석학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구글의 딥마인드를 거쳐 테슬라에 거처를 잡게 된 Karpathy는 트위터에 테슬라의 차세대 Autopilot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Andrej Karpathy


많은 딥러닝 석학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딥러닝은 이미지에 대한 비전 기술을 이제 거의 정복했지만 아직 자율주행처럼 실시간 영상 분석에 있어서는 개발될 부분이 한참 남아 있어 많은 석학이 몰리는 꿀단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해커 지오핫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Comma.ai-자동차를 위한 ‘Fitbit’ Panda 출시

천재 해커 지오핫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Comma.ai에서 새로운 차량 연결용 모듈을 출시했습니다. Panda라는 차량용 OBDII 포트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자동차 데이터 수집 모듈로 88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습니다. 지오핫이 Panda를 출시한 목표는 당장 수익의 창출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Comma.ai는 자율주행 기술을 일반 자동차에도 탑재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듈 Comma One을 첫 번째 제품으로 준비해왔는데요, 작년 미 정부의 규제 준수 경고장을 받으면서 출시에 지장이 생겼습니다. 지오핫은, ‘Comma One을 많이 팔아봤자 수천 대 밖에 안될 것이고, 이걸로 미국 관료주의를 상대하기는 어렵다’며 Comma One의 상용화를 빠르게 포기했고, 대신에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Panda라는 모듈은 자동차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사용자에게 보여주지만, 이와 동시에 Comma 측에서도 이를 수집해 향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테크크런치의 Comma.ai Panda 취재 영상


Comma와 함께 출시된 소프트웨어로는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작동하는 데이터 기록 앱 Chffr,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해주는 Cabana가 있습니다. 지오핫은 Cabana를 자동차를 위한 ‘Fitbit’에 비유했습니다. 자동차의 모든 데이터를 받아와 일일이 분석하고 있을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자신의 자동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사볼 만 한 제품인 것 같습니다. 또한 Panda 제품의 사용자층을 확보하며 Comma는 역시 굉장히 스타트업다운 방식으로 빠르게 지지자들과 커뮤니티를 모으게 될 것 같습니다.


4. 구글 Waymo, 그리고 우버의 근황

Waymo의 근황입니다. 먼저 Waymo의 대표 얼굴로 알려져 있던 구글의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 전용 자동차 프로토타입, 일면 ‘Firefly’가 더 이상 운행을 안 한다고 합니다. 이 자동차를 디자인했던 Waymo의 디자이너 YouJung Ahn과 엔지니어 Jaime Waydo가 Waymo 블로그 포스트에 Firefly의 은퇴를 알렸습니다. 그들은 Firefly는 애초부터 상용화를 위한 자동차가 아니었고 이 차로부터 얻은 교훈은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Waymo의 차세대 자율주행 자동차인 크라이슬러의 Pacifica 기반의 자율주행 자동차에 모두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은퇴하는 Firefly는 향후 구글 본사의 역사 박물관과 런던 디자인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은퇴하는 Waymo의 Firefly(좌)와 차세대 플랫폼 Pacifica(우)


한편, Waymo가 준비하고 있는 자율주행 트럭의 실체가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우버, Waymo를 비롯한 여러 회사가 운송 분야가 자율주행의 상용화가 가장 빨리 이루어질 분야로 보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Waymo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트럭(사진=Jalopnik)


최근에 취재된 우버의 자율주행 트럭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버는 Waymo와의 소송전쟁을 치르는 와중,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 기반을 닦아준 스타트업 Otto의 브랜드를 이제 완전히 없애고 Otto의 자율주행 트럭을 Uber ATG Truck으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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