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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하였습니다. 먼저 그는 나이지리아의 최대 도시 라고스에서 이노베이션 센터 cchub와 주커버그 재단이 2400만 달러를 투자한 소프트웨어 엑셀러레이터 Andela를 방문했습니다. 나이지리아 방문 후 주커버그의 행선지는 예고에 없었던 케냐였습니다. 나이지리아를 방문할 때는 주커버그가 직접 온다는 귀띔이 있었지만, 그의 케냐 방문은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케냐에서 그는 먼저 iHub라는 이노베이션 센터를 방문하고 BRCK라는 와이파이 핫스팟 제조업체를 방문한 후, 케냐의 정부 ICT 부서 장관 Joseph Mucheru 등의 기술산업 리더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아프리카는 아직 기술산업의 생태계가 잘 갖추어지지 못한 낙후된 시장 중 하나입니다. 이번 주커버그의 아프리카 방문에서는 어떤 사업적인 얘기도 오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동기가 주커버그가 직접 아프리카를 방문하도록 이끌었을까요?



주커버그의 나이지리아와 케냐 방문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디지털에 대한 관심, 그리고 페이스북의 존재감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12천만명 정도의 페이스북 사용자가 있으며 이중 84백만 명이 사하라 이남 지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입니다. 주커버그가 방문한 나이지리아와 케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더불어 페이스북 유저가 가장 많은 나라들입니다. 그 중 케냐는 시장의 규모는 남아프리카 공화국보다 많이 작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산업 지원과 이노베이션 센터 iHub를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 조성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기술산업 허브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이지리아와 케냐가 아프리카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보았을 때, 주커버그의 방문은 앞으로 페이스북이 아프리카에서 그리려고 하는 큰 그림을 구상하기 위한 사전 조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그림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을 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페이스북은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Internet.org라는 비영리 활동을 통해 아프리카의 무료 인터넷 망 구축을 계속 지원해나갈 전망입니다. 전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페이스북의 비전에 가장 걸맞는 활동인 Internet.org가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대륙이 바로 아프리카입니다. 원래 페이스북은 인도를 필두로 이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인도 정부에서 무료 인터넷을 불법화하면서 눈을 돌리게 된 곳이 아프리카입니다. 나이지리아,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가 페이스북의 이런 사업에 호의를 보여 현재 Free Basics라는 무료 인터넷 망이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이 무료 인터넷 서비스는 주로 Airtel 등의 거대 통신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제한적인 범위에서 제공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Aquila와 같이 다른 접근도 취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솔루션이 되기에는 힘들어 보입니다.


페이스북의 프로젝트 Aquila를 맡고 있는 Connectivity Lab


이번 방문에서 주커버그는 인터넷 망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법을 탐색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주커버그가 방문한 BRCK라는 스타트업은 아프리카 현지의 3G 또는 4G 통신망을 무료 와이파이 핫스팟 존으로 바꿔주는 무선 공유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BRCK의 제품은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아프리카의 현지 사정에 맞게 태양광을 통해 충전될 수 있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구글의 Project Loon이나 페이스북의 Free Basics보다 더 좋은 접근이라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이번 만남 이후 페이스북이 BRCK와 파트너십을 맺을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두 회사가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고 주커버그가 무료 인터넷을 보급하는 다른 방법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TED에서 BRCK를 소개하는 공동창업자 Juliana Rotich


두 번째로 이번 방문 이후 페이스북은 아프리카의 기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 또한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 같습니다주커버그가 방문한 나이지리아와 케냐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창업 생태계가 잘 갖추어진 나라들입니다. 주커버그는 나이지리아 방문 시 페이스북에 “개발자와 기업가들과 만나 아프리카의 창업 생태계에 대해 배우고 올 것이다”라고 포스팅하였습니다. 그만큼 아프리카의 창업 생태계를 파악하는 일이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미 Andela나 iHub같은 창업 지원 기관을 재정적으로 크게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지원한 기관들이 나이지리아와 케냐에서 좋은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나이지리아의 ccHub에서 그는 ccHub의 지원을 받고 있는 숙박예약 서비스 Hotels.ng와 혈액 기부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스타트업 LifeBank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또한 그는 페이스북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높은 케냐의 정부 관료들과도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했을 때, 주커버그는 아프리카의 인터넷 환경뿐만 아니라 창업 환경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주커버그의 이번 방문이 페이스북의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페이스북도 결국 비영리 재단이 아닌 사업을 하는 기업인만큼 잠재적으로 아프리카가 페이스북에게 앞으로 얼마나 큰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지도 계산에 포함하여야 합니다.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자’, ‘좋은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자’와 같은 선의의 이유들을 다 제쳐두고 페이스북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두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프리카의 이커머스 시장의 잠재성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의 이커머스 시장은 현재 대략 연간 80억 달러 정도의 규모에서 2025년 대략 750억 달러의 규모까지 약 10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입니다. 페이스북이 이커머스 사업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커머스 시장이 이 정도로 성장한다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또한 무시하지 못할 규모가 될 것입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여겨지는 이커머스 벤처기업 Jumia, Konga, MallforAfrica가 모두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까지 계산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라고스가 이번 여정의 첫 목적지가 될 만큼 그 중요성이 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모든 개발도상국의 시장이 현 시장의 가치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투자 받게 되듯이, 이번 주커버그의 여정도 멀리서 보지 못했던 아프리카 시장의 가능성을 직접 탐색해보기 위해 꾸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외국 테크 기업들에게 현재 다른 대륙의 개발도상국들보다 훨씬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나이지리아와 케냐를 필두로 좋은 창업 환경이 조성되면서,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좋은 벤처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이런 좋은 흐름 속에서 아프리카를 계속 지원한다면, 당장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먼 미래에는 인도나 중국과 같이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커버그의 나이지리아 엑셀러레이터 Andela 방문



참고기사


Mark Zuckerberg meets with African tech leaders on Nigerian tour


Mark Zuckerberg’s Africa tour tracks tech’s growing interests on the contin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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