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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 등을 활용한 이미지 인식 기술은 현재 폐 질환, 유방암 등의 질병 진단에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폐의 단층 촬영 이미지에서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해 폐암을 진단하는 Vuno의 인공지능 서비스


스타트업 Recursion Pharmaceuticals(이하 Recursion)에서는 비슷하지만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Recursion에서는 아직 치료법이 없는 희귀병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데에 이미지 인식 기술을 적용해보고 있습니다.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Chris Gibson은 “로보틱스와 머신 비전 기술을 합쳐 우리는 소수의 인력만으로도 수백 개의 질병에 대한 치료법 탐색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Recursion는 이미지 인식 기술을 신약 개발에서 진행되는 고속대량 스크리닝의 결과를 분석하는 데에 적용했습니다. Recursion의 기술을 사용하면, 세포의 크기, 세포핵의 형태, 세포 구성 요소간 거리 등 실험 대상 세포의 수백 가지 특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기존의 기술로는 판별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Recursion은 Salt Lake City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매주 1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이 기술을 통해 자동화하여 분석한다고 합니다. 이 이미지는 유전병을 모사하기 위해 조작된 인간의 세포 조직을 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Recursion의 소프트웨어는 여기서 이 병든 세포들에 주입된 2000개 이상의 화합물의 효과를 탐지하는데, 건강한 세포에 가까운 특성을 감지해냅니다.


Recursion의 약물 효과 감지 자동화 프로세스


이러한 방식을 이용해서 Recursion은 이미 미국에서 20만명 미만의 환자가 겪고있는 희귀병 15개의 치료법을 찾아냈습니다. 미국에서는 통틀어서 10%의 사람들이 희귀병을 앓고 있으며, 그 중 대다수가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컴퓨터를 약물 효과 판정에 사용하려는 Recursion의 시도는 처음에는 유타 주립 대학의 한 연구실에서 CEO Christopher Gibson이 대뇌 해면 기형(Cerebral Cavernous Malformation, CCM)이라는 희귀성 질병의 치료법을 연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Gibson은 동료들과 함께 대뇌 해면 기형의 잠재적 치료제에 대해 인간 혈관 내피 세포에 약물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내피 세포를 기형을 모사하기 위해 단백질 수치를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등의 조치를 취한 후 2000개 이상의 약물에 대해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분석하는 데에서, Gibson의 연구실에 있던 세포생물학 석학 2명으로 이루어진팀과 MIT와 하버드의 공동 유전자 연구소인 Broad Institute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경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물학자 팀과 이 소프트웨어는 각자 결과를 분석하여 기형 세포를 원형으로 가장 잘 복귀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약물을 선별했습니다.


각자 선별한 39개의 약물들은 서로 놀랍게도 전혀 겹치지 않았습니다. 각자 선택한 약물의 실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다시 해면 기형 세포에 이 약물들을 적용했고, 이번에는 세포의 이상 기능을 회복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생물학자 팀에서 선택한 약물 중에서는 오직 하나만 이상 기능을 회복했고, 컴퓨터가 선별한 약물 중에서는 무려 7개가 이상 기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Gibson은 이 경쟁에서는 졌지만, 이 덕분에 Broad Institute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업화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순간 저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컴퓨터가 볼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고속대량 스크리닝 기법을 컴퓨터 이미지 인식과 결부시키면, 대뇌 해면 기형뿐만 아니라 다른 희귀성 유전병에 대해서도 그동안 찾지 못했던 치료법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을 것이라고 봤습니다.”라고 Gibson의 Recursion의 창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Recursion의 창업 멤버들(윗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Christopher Gibson)


Recursion이 이렇게 발견한 대뇌 해면 기형 치료 약물은 올해부터 임상 실험 단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내년까지 FDA로부터 다른 세개의 치료법에 대해서도 임상 실험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한, Recursion은 완전히 새로운 약물만 찾아보기 보다는 기존의 약물을 새로운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를 실험해보고 있습니다. Recursion은 제약 회사 Sanofi와 계약을 맺어 Sanofi에서 임상 실험이나 개발 단계까지 갔지만 시장 진출에는 실패한 약물들의 새로운 용도를 찾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Recursion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원형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Broad Institute의 Anne Carpenter교수의 연구실에서 개발했습니다. 그녀는 Recursion의 전략이 특정 질병의 기작에 대한 오래 걸리고 값비싼 조사 과정 없이 잠재적인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Recursion이 작업 대상으로 하는 질병의 대부분은 세포나 분자 단위에서 질병의 발생 기작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Carpenter는 Recursion이 치료 효과를 띄는 약물들을 찾은 이후에, 기저에 있는 생물학적 작용을 파악하는 것이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ecursion은 현재까지 1900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으며, 많은 제약 회사들과 계약 논의 중에 있습니다. Gibson은 이런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잠재적 치료법들을 훨씬 빠르게 찾아낼 수 있기 대문에 많은 제약 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Recursion의 연구실에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Recursion의 소프트웨어가 어떤 약물이 왜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효과 판명을 더 정확히 할 수 있는지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Recursion의 접근은 약물의 생물학적 기작을 설명해주지는 못하지만, 잠재적인 약물들을 훨씬 더 빠르게 찾아내 준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또한, Recursion은 이미 기존에 있던 신약 개발 프로세스의 고속대량 스크리닝 과정의 기술 한계로 인한 병목 지점을 이미지 인식을 통해 자동화로 해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Recursion의 시도는 의료업계에서 이미지 인식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려는 시도와 비슷하지만,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어내야 하는 의료업계의 시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산업에 적용될 것입니다.


참고기사

NIH, "Recursion Pharmaceuticals Helps Launch New Platform for Rare Diseases Drug Discovery"

MIT Technology Review, "Machine Vision Helps Spot New Drug Treat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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